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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해야지

더 퍼스트 슬램덩크, 소름돋게 추억돋는! 그래서 더 아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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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생 남자들 중에 슬램덩크의 팬이 아닌 사람이 얼마나 될까?
슬램덩크 애니메이션은 시작부터 성공을 담보하고 만든 작품이다.
같은 스토리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더라도 적당한 현장감만 구현할 수 있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더 입체적으로 작품을 보여주고 싶어했고, 미처 하지 못했던 서사를 넣고 싶어했다.
여기에서 더퍼스트슬램덩크를 보는 관객의 총평이 나뉘었을 거라 생각된다.
그리고 나의 감상을 총평하자면 '재밌었고 추억돋지만 아쉬운 작품'이라고 정의한다.

내 책장의 한 칸을 모두 채운 슬램덩크 전권. 보기만 해도 웅장이 가슴해진다~

 

아쉬운 점 : 누구를 타겟으로 한 작품인가? 슬램덩크 원작을 본 사람인가? 안 본 사람인가?

더퍼스트슬램덩크를 관람한 관객은 크게 두 분류로 나눌 수 있다.
원작 만화를 본 사람과 보지 않은 사람.
문제는 그 둘 중 누구에게도 친절한 작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슬램덩크는 농구를 소재로 한 '성장만화'이다.
슬램덩크에 있어 농구는 하나의 소재일 뿐, 이 만화를 위대하게 만든 것은 각 캐릭터의 '성장'을 담은 '서사'에 있다.
즉, 이 서사를 이해하지 못하면 작품을 온전히 느낄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수많은 서사를 한 데 모아 폭발시킨 하나의 경기가 '산왕'전이다.
달리 말하면 가장 큰 감동을 주는 경기도 산왕전이지만, 그 서사를 빼놓는다면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경기가 산왕전이라는 점이다.

슬램덩크를 본 사람이라면 산왕전에 보여줘야할 수많은 감동중 수많은 부분이 제외된 작품이라는 아쉬움을 가질 수 밖에 없고, 안 본 사람들은 서사를 다 알지 못하기에 본사람들이 느끼는 감동 중 일부밖에 느끼지 못할 것 같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나가 송태섭의 손바닥에 적어준 글귀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만화를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느낄 수 없다. 김수겸, 이정환 등 도내(원작에서는 현내 라고 표현된다.) No1을 다투는 가드들과 경쟁을 해온 송태섭의 압박감을 알 수 없을 것이고, 한나를 향한 송태섭의 순정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이다.

슬램덩크를 본 사람들이라면 송태섭 캐릭터도 조금은 변해서 나왔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강백호와 더불어 북산 최고의 돌아이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송태섭이 너무 진중한 느낌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해는 할 수 있다. 원작에서 송태섭과 서태웅은 개인적 서사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서태웅은 강백호 급으로 주연 느낌이 있기 때문에 개인사가 없더라도 비중이 매우 큰 반면 송태섭은 정대만이나 채치수에 비해서도 너무 존재감이 적었기 때문에 송태섭의 서사를 넣어 주고 싶었던 부분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애니메이션을 보며 주먹이 불끈 쥐어질 것 같은 순간마다 끊기며 나왔던 플래시백은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측면이 없지 않았다. 오히려 송태섭의 서사를 먼저 보여주고 뒷부분을 경기로 쭉~ 끌고 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주요 장면은 회상씬으로 한 번씩 더 넣어줬으면 경기의 박진감과 송태섭의 서사를 더 잘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만족스러운 점 : 농구 중계 퀄리티를 넘어서는 경기 연출

나는 개인적으로 농구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는 것도 보는 것도 즐기지 않는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디테일한 전략, 전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있을 것이고, 그 순간 어떤 의미를 담아 플레이 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든 스포츠는 아는 만큼 더 재밌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슬램덩크 원작을 수도 없이 봤고 각각의 플레이가 어떤 의미인지 설명을 다 들었던 나는 더퍼스트슬램덩크의 현장감이 어떤 경기보다도 실제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만화에서는 차마 이해하지 못했던 플레이의 매력을 더욱 박진감 있게 느낄 수 있었다.

슬램덩크에는 다수의 설명충이 나온다. 각 학교의 감독들도, 농구 기자도, 관전하는 다른 학교의 선수들도 친절하게 플레이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하지만 비단 그 플레이의 의미를 모른다 하더라도 충분히 박진감 넘치는 연출을 보여준다.
내가 이 작품을 보고 느낀 점은 '정말 프로농구의 카메라 무빙을 이렇게 할 수 있다면 나도 농구 팬이 될 수 있겠다!' 라는 것이었다. 선수들의 얼굴을 잡아주고, 선수들이 보는 시야를 보여준다. 전지적 관람객 시점만이 아니라, 농구 선수의 시점과 감독의 시점이 모두 교차되면서 더 큰 박진감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아무리 아쉬운 이야기를 했어도 슬램덩크는 슬램덩크다.
재미가 있었냐 없었느냐를 논하자면 당연히 재미있었다.
조금 더 원하는 바가 있다면 더 세컨드 슬램덩크, 더 서드 슬램덩크가 연이어 나와주며
채치수의 서사, 정대만의 서사, 서태웅의 서사, 안경선배의 서사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점이다.
슬램덩크는 나의 10대였고, 나의 20대였으며, 나의 30대이고 현재이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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