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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해야지

콘크리트와 사랑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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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콘크리트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9년차로 일하고 있는 펜디입니다. 어떻게 한 회사를 9년이나 다녀요? 번아웃이 오거나, 일하는게 질리지 않나요? 디자이너로서 이직을 고려해본 적은 없나요?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오늘은 제가 이 회사에 오랫동안 다닐 수 있던 원동력을 얘기해볼까해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콘크리트의 확장성을 봐왔고 그 결과물을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사용하는 콘크리트는 일반 산업용 콘크리트가 아닌, UHPC (Ultra High Performance Concrete)라는 콘크리트예요. 단순히 월등히 좋은 콘크리트라서, 성능이 좋은 소재라서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제 본 성격은 반복적인 업무나, 같은 일을 하는 걸 즐겨하진 않는 편이지만 이곳에선 UHPC를 매년 다른 방식으로, 다른 제품으로 확장해서 사용해 왔어요. 매년 업무의 방향이 달라지고, 또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하기에, 일하는 행위를 즐길 수 있었답니다. 디자이너로, 기획자로서  UHPC는 시장의 새로운 니즈와 트렌드를 찾아내고 생각을 현실로 풀어 내는 가능성을 갖고 있기에 지금까지 이 소재에 대해서 한 번도 질린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콘크리트의 매력

  1. 콘크리트는 그 자체로 매력을 갖고 있다.
  2.  콘크리트는 다른 소재와도 잘 어울린다.
  3. 콘크리트로 상상한 어떤 것이든 만들 수 있다.
  4. 제품에 따라 다양한 시장을 경험하고, 새로운 가치를 발굴한다. -> 일의 원동력
  5. 만들어진 제품이 주는 희열, 미적 아름다움


고민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을 실제로 보고, 만져보면 그래픽, 렌더링 이미지가 담을 수 없는 소재의 깊이를 느낄 수 있어요. 형태를 배제하고 클로즈업된 표면의 질감마저 좋아하게 되죠. 자연스럽게 생긴 기포자국, 갈아낸 표면에 노출되는 규사 알갱이들이 자연의 재료가 다듬어진 듯한 매력을 더해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갖고 있어요. 담담한 평양냉면 같은 맛이라고 할까요. 

 

단일 소재만으로도 매력이 있지만, 다른 소재와 함께 사용할때 더욱 빛을 발해요.  콘크리트는 어떤 소재와 매칭해도 자연스럽게 어울려 시너지를 발휘해요. 우드와 콘크리트를 사용하면 자연소재의 느낌&내추럴, 편안하면서도 깔끔한 무드를 더해주고, 금속과 함께 사용할 때면 차가운 느낌을 극대화하여 날카로움, 예리함, 세련된, 미래적인 느낌을 더해줍니다. 레진과 함께 사용하면 콘크리트의 꽉 찬 밀도, 무게, 비중을 투명한 레진이 대비감을 더욱 돋보여줍니다. 본형태가 있어서 깎아내는 재료와 달리 콘크리트는 가루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원하는 형상으로 얼마든지 성형을 할 수 있어요. 액체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소재를 껴안을 수 있는 소재예요. 

 

저도 처음부터 이 소재는 다양한 확장성을 갖고 있다는걸 알고 일한건 아니었어요. 회사 대표님이 제시하는 비전을 바탕으로 매년 성장하는 회사의 모습을 경험하고, 매년 다른 것들을 배우고 해왔답니다. 제 원래 성격은 검증되지 않은 선택지는 일부러라도 보지 않는 성격이지만 시도를 통해 결과물이 나오는 과정을 겪었어요. 처음에는 조그만 연필꽂이, 트레이로 시작했지만 일 년 뒤엔 상판을 만들고 세면대를 만들고 대형 화분을 만들고 벤치를 만들고 사이니지를 만들었습니다. 이 시간동안 콘크리트로 어떤 것이든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개인 사이드 프로젝트로 콘크리트 캣타워를 구상하고 있어요. 저는 콘크리트라는 소재를 다른 디자이너에게 어떤 장점이 있고, 어떻게 사용할 수 있고, 어떤 것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지 알리는 일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디자이너로서, 기획자로서 이 글을 쓰게 됐답니다. 이미 해외에는 UHPC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도 코스모스 리조트라는 건축물도 있죠. 언젠가 제가 다니는 회사도 건축물로 접근하겠죠.  전세계에 가구, 벤치, 패널 등 다양한 제품들을 만드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다니는 회사처럼 다양한 제품들을 만드는 회사는 많지 않아요. 용도마다 필요한 특성에서 다르기 때문에 결국 돈이 흐르는 방향으로 집중하게 되니까요. 앞으로는 제가 보고, 제작을 고민했던 프로젝트들, 그리고 국내외 다양한 콘크리트 사례들도 소개드릴 수 있는 글을 준비해볼게요.



약 9년 전 작은 공방 형태부터 지금까지 온 과정을 생각해 보면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이 모여서 생각지 못한 새로운 길을 만들어냈어요. 아무도 콘크리트로 이런 제품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배운 적이 없는데 말이에요. 이 과정에는 꿈을 꾸는 사람, 그리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계속 고민과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사람, 우리가 만들어낸 것에 문제가 없는지 지속적인 점검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이 과정에서 모이는 사람들은 다들 저처럼 각자 이 소재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겠죠. 여러분이 콘크리트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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