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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해야지

[화법 분석] 한동훈 화법, 말을 잘하는게 과연 칭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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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카톡방에서 한 후배가 화두를 던졌다.

"요즘 유튜브에서 한동훈 말 잘하길래 자주봤더니 계속 쇼츠에서 나오네. 알고리즘 클났다."

어쩌면 유튜브 알고리즘에 대한 이야기였을 수 있었지만 나는 화법에 대한 내용에 눈이 갔다.

같은 인터뷰를 보고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을 확연히 체감하게 되는 순간.

 

"ㅎㅎ 나랑 반대로 생각을 하네. 내가 제일 싫어하는 화법인데"

 

그 후배의 요는 이랬다.

한동훈의 화법은 전달력이 좋고, 상대를 바보같이 보이게 만드는 시원함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어떤 점이 안좋게 보이는지를 물었다.

그렇게 이 포스팅은 시작이 되었다.

 

 

먼저 생각해봐야 할 문제.

"진짜 한동훈의 화법이 싫은 것인가? 아니면 한동훈이 싫은 것인가?"

 

분명 나는 정치색이 강하다. 호불호도 강한 편이다. 분명 한동훈의 말이 아니라 한동훈이 싫은 것일 수 있다. 아니 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훈의 화법이 싫은 것도 분명하다. 그리고 좋은 화법이 아니라는 것도 잠시 생각나는 것 만으로도 확실했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해 한동훈의 화법이 왜 싫은지 적어보려고 한다.

 

■ 말 잘 한다는 칭찬 이면의 본질 :: 화술이 빛을 발하는 순간은 상황에 대한 빌드업이 좋지 않을 때다.

"말을 잘 참 잘하시네요~" 라는 말은 칭찬일까?

(아래 내용은 사실 한동훈과 상관이 없기 때문에 접어둔다. 내가 겪은 일인데 궁금하신 분들만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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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학술제 때 있던 일이다. 광고홍보학과에서 가장 큰 행사인 광고제를 할 때였다.

다른 팀들은 기본적으로 2~3달 전 부터 모여서 친해지고, 공모전을 나가고 하면서 팀워크를 다진다.

경쟁PT일 한달~한달 반 전에는 주제가 정해지기 때문에 한 달 정도를 열심히 준비해서 경쟁프레젠테이션을 한다.

 

나는 2007년 7월 군대에서 전역해서 7~8월 두달동안 공모전을 준비했고 재수가 좋게 장려상을 받았다.

그리고 그 기세를 이어받아 광고제 팀에 들어갔고, 멋진 기획서를 제작하고 싶었다.

그런데 우리는 프레젠테이션 이주일 전에 처음 모임을 가졌고 고작 일주일동안 준비를 했다.

팀장형은 "본인이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없으니 나 다음 학년인 너가 프레젠테이션을 해라."라며 PT를 나에게 넘겼다.

프레젠테이션을 많이 하고 싶던 나는 불안함 속에서 미쳐 거절을 하지 못했다.

 

기획서는 회의를 하면 할수록 산으로 갔고, 자기 변명 같지만 내 생각과는 정 반대의 기획서가 완성되었다.

설상가상으로 팀장형이 15분 발표 + 5분 질의응답이라고 했던 시간은 10분 발표 + 5분 질의응답이었다.

발표 당일 새벽 2시가 넘어 PPT가 완성이 되었고, 밤을 세워 스크립트를 짜고 겨우겨우 외워서 맞춘 시간이 16분 정도였는데, 프레젠테이션 1시간을 앞두고 5분을 더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프레젠테이션은 당연히 엉망이었고, 교수님과 기업 홍보담당자는 모두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화가 난 듯 질문을 던졌다.

교수님은 직설적으로 "대희야. 난 너의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 라고 표현을 했다.

 

기업 담당자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저희 제품 가격조사는 하셨나요? A회사 제품은 3천원대이고 자사 제품은 1만 2천원 대인데 경쟁사라구요?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고, 말이 안된다고 어필도 했다. 하지만 팀을 대표해서 나왔던 나는 어찌되었든 이 주장을 이어가야만 했다. 그리고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고등학교때 핸드폰을 가진 학생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 때 핸드폰은 그냥 가지는 것이 소원이었죠. 좋은 핸드폰 나쁜 핸드폰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왜 이 말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말을 입으로 뱉고나니 빛이  보이는 듯 했다. 

 

"지금 학생들은 좋은 화장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화장품을 구매합니다. 하지만 저희의 커뮤니케이션 여부에 따라 학생들이 점점 더 좋은 화장품을 구매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뭐 15년 정도 흘러 생각하면 완전 틀린 말이라 할 수는 없지만 이따구 말이 통할리 만무했다.

그리고 담당자의 한 마디에 내가 봤던 빛은 나를 태워 죽일 불꽃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말씀은 참 잘하시네요."

 

나의 콘텐츠는 부실했고, 나를 지키기 위한 말은 기발했으나 결국 나의 자존감을 바닥으로 떨어뜨린 것은 상대의 반응이 아니라 나의 말이었다.

 

여담이지만, 1년뒤 내가 팀장으로 광고제에 다시 출전했고 그 때 PT에서는 당당히 1위를 해냈다.

뛰어난 화술이 빛이 나는 순간은 사실 위기의 순간이다.

최근 더글로리로 엄청난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김은숙 작가의 '온에어'라는 드라마에서 PD역할로 나온 故 박용하님은 작가 역할로 나온 송윤아님에게 이런 대사를 읊었다. 

 

"캐릭터들을 재밌는 상황에 몰아넣으면 밥 먹었냐?도 명대사가 될 수 있어요. 

오히려 그 땐 포장한 대사들이 튀죠. 실생활에선 그런 대사 안쓰잖아요."

 

이 대사가 등장했을 때, 명대사로  유명한 김은숙이 본인 디스를 한 것이냐는 댓글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여기서 주의깊게 봐야 할 것은 말의 힘이란 실제로는 상황과 본질에서 나온다는 의미다. 

실생활에서 화려한 언변이 필요한 때는 사실 별로 없다.

이성을 꼬실때나 사기를 칠 때 (본질적으로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순간의 위기를 넘겨야 할 때다. 그리고 화술이 빛이 나는 순간은 사실 실체가 없거나 너무 약할 때 위기를 넘어가기 위한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원빈, 강동원이 이성을 꼬실 때 화술이 크게 중요할까? 화술은 나같은 사람에게나 필요한 것이다.

 

손권을 적벽대전으로 이끈 제갈량의 화법 :: 유비군이 미리 강군을 만들어놓았다면 제갈량의 화술이 빛날 필요가 없었다.

난 삼국지를 대략 20번 넘게 읽은 것 같다. 삼국지 속에서 제갈량이 빛이 나는 순간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그 중 제갈량의 화술이 빛이나는 순간은 역시 손권에게 항복을 권하던 조조의 서신에 손권 휘하의 신하들이 불안해 하던 상황에서 그들의 선택을 강요하기 위해 대화하던 순간일 것이다.

 

손권 휘하의 문신들은 손권으로 하여금 항복을 하자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었고, 제갈량은 손권이 싸우게 만들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서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토론하는 장면은 사실 말도 전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자리는 협상의 자리가 아니라 거의 청문회의 자리였다.

 

 

삼국지 중 제갈량과 장소의 대화 중 일부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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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본인을 관중과 악의에 비견하셨다던데 사실인가? (말꼬리를 잡기 위한 빌드업)

A. 나를 매우 낮춰서 비교한 셈이지요. (본인의 역량을 매우 높여 말함_ 나의 말을 듣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이미지 셋팅)

Q. 근데 어떻게 유비는 너 만나자마자 형주랑 양양을 취하는게 아니라, 바로 쫓겨 도망다니는 신세가 된 것인가? 당신이 무능해서 그런것 아닌가? (제갈량의 능력을 깎아내림_제갈량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는 반격기)

A. 내가 그 땅 먹는건 사실 엄청 쉬운 일이다. 그런데 나의 주군인 유비가 인의가 넘쳐서 종친의 땅을 취할 수  없다 하시며 사양하신 것이다. 그 땅을 어린 조카가 멍청하게 조조한테 가져다 바친 것이다. 지금은 강하라는 좋은 땅에 있으니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다. (유비를 높이며 회피술)

Q. 니 말에 앞뒤가 맞지 않다. 관중이나 악의나 모두 나라를 구한 인재들인 반면, 너는 유비를 섬기자마자 유비 휘하의 군대는 거의 해산하게 되었고, 민중도 힘들어지지 않았는가? 넌 실력은 없고 말만 앞서는 것이 아닌가? (메신저 공격)

A. 붕새가 만리를 나는데 뭇새가 그 뜻을 어찌 알겠소? 몸이 많이 안좋으면 독한약을 먹는 것이 아니라 미음을 먹으며 회복을 하고 약을 써야 하는 법. 과거의 유비는 너무 형세가 약해 몸이 안좋은 상황이었고 그 때는 때를 살피는 것이 옳았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도 박망파 등에서 조조군에게 타격을 입혔으니 관중이나 악의보다 낫다. 조카가 조조에게 땅을 넘겨 명분도 있는데 우리 주군은 그 땅을 빼앗지도 아니하니 형세가 어려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 어찌 인의 넘치는 행동이라 할 수 없겠는가??  (상대를 조롱하며 명분을 취함)

 

- 후략

 

어찌저찌 떠들며 제갈량은 손권을 설득한다. 그리고 그 유명한 적벽대전에서 손권군은 조조군에 승리하게 된다.

제갈량의 화술이 빛나던 순간.

제갈량의 설득이 빛이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유비군의 형세가 너무도 위태롭고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위기를 화술로 넘겼기 때문에 빛이 난 것이다.

그리고 소설에서는 제갈량이 하룻밤 만에 수십만개의 화살을 만드는 장면으로,

남동풍을 불게 만드는 장면으로,

그리고 기지를 발휘해 주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장면으로 제갈량의 실력을 보여준다. (물론 소설이다.)

전체적인 상황이 절망적이었지만 제갈량 본인의 콘텐츠는 명확했던 것이다.

 

말 잘한다는 칭찬에 너무 인색하게 글을 쓴 것 같지만 사실 한마디 말이 큰 힘이 되는 경우도 있다.

힘든 사람에게 위로가 되기도 하고, 잘못하고 있는 사람을 반성하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대화는 일반인들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권력을 가진 이라면 화술이 아니라 내용, 즉 콘텐츠가 돋보여야 하는 것이다.

한동훈의 화술이 돋보이고 있다면, 장관으로서 상황에 대한 빌드업이 좋지 않았다는 반증이 될 수 있다.

한동훈은 본인의 캐릭터를 좋은 상황으로 넣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온갖 수식어와 변명으로 점철된 언어로 국민을 현혹하고 상대를 조롱하면서 본인이 돋보이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다.

 

쓰다보니 또 서론이 개길어졌다.

서론이 너무 길었으니 내 생각부터 정리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한동훈의 화법을 싫어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다.

 

첫째. 그의 말의 힘은 마치 조루같다. 콘텐츠가 없어 말의 힘이 오래 가지 못한다.

둘째. 화술이라 하기엔 옹졸하고, 그 스킬 또한 매우 부족하다.

 

■ 조루 같은 말의 힘 :: 정치인의 말에는 책임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법에 대한 철학이 없다. 삼권분립 / 입법부 / 헌법재판소 및 판사의 판결에 대해 인정하는 바가 없다. 그저 검찰이 절대 선일 뿐.

 

"일개 장관이 헌법상 국민의 알 권리를 포샵질 하고 앉아있다."

한동훈이 검사장 시절 채널A 전 기자와 대화를 하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한 말이다.

추미애 전 장관은 '일개 장관'이라는 표현에 불쾌감을 드러냈고 한동훈은 또다시 조롱을 한다.

"모든 공직자는 국민 앞에 '일개 공직자'일 뿐"

 

그런데 그 대상이 본인이 되면 말이 살포시 바뀐다.

"저도 지금 국무위원으로서 일국의 장관인데 그렇게 막말을 하나"

 

한동훈의 말은 상황에 따라서 달라진다.

그 상황은 대체로 피아의 구분이다.

반대편에 있는 사람에게는 조롱으로, 자신에게는 매우 관대함으로 이어진다.

 

"바로 그 이야기를 판사 앞에 가서 하시면 된다"

이재명 더민주 대표가 기자간담회로 자신의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힌데 대한 한동훈 장관의 말이다.

말 자체는 틀리지 않다.

법이라는 것은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잘못이 없다면 법으로 무죄를 선고 받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한동훈 장관의 말에는 힘이 없다.

 

이재명에게는 300회가 넘는 압수수색을 하면서, 자신의  편인 김건희와 관련된 의혹은 수사가 아니라 조사조차 안한다.

적어도 '공정한 척'이라도 해야 말에 힘이 생길텐데 그런 의지가 없다.

 

■ 한동훈의 말의 기술 1 :: 뻔한 말로 반박을 못하게 만들기. 잘 들어보면 자신에게 쏜 화살

스피치와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스피치는 혼자서 하는 말이고, 커뮤니케이션은 주고 받는 말이다.

그리고 한동훈은 청문회라는 어쩔 수 없는 자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자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스피치'를 한다.

이 때 한동훈의 가장 전형적인 화술이 들어간다.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검찰을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직 범죄자 뿐입니다."

"법무부는 오직 팩트, 상식, 정의의 관점에서 국민의 억울함을 해소하려 노력할 것이고 국민의 억울함을 해소하는 데에 진영논리나 정치논리는 설 자리가 없을 것입니다."

"표를 더 받는다고 죄가 없어지면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

 

말이 옳은가 그른가만 따지자면 정말 옳은 말이다.

그래서 말이 틀리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맞는 말이니깐.

그래서 말을 덧붙여야만 한다. "맞지, 근데 니가 할 말은 아니지"

 

당연한 말을 한다. 그런데 당연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국민들을 바보로 아는 것이다. 그럴듯한 말을 하면 믿어줄거라 생각하고있다.

국민이 검찰을 두려워 하는 이유는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직 팩트, 상식, 정의의 관점에서 국민의 억울함을 해소하려 노력하는데 국민을 억울하게 만들고 있으니 미칠 노릇이다.

표를 더 받아 대통령이 된 것은 윤석열이고, 이로 인해 조사조차 받지 않고 있는 것은 그의 처와 장모다.

 

이재명을 수사해야 한다면 하면 된다. 그리고 하고 있다.

정의를 부르짖으려면 같은 진영의 사람들에게도 같은 잣대를 들이대야한다.

도대체 50억을 받은 사람들은 어디에 두고 이재명만 수사하는가?

곽상도의 아들은 대리가 퇴직금으로 그 큰 돈을 받았는데 어떻게 '뇌물'이 아니라는 판단을 할 수 있는가?

한동훈이 한 맞는 말은 한동훈의 삶을 쏘는 화살이 된다.

 

■ 한동훈의 말의 기술 2 :: 룰 브레이커

어느 조직이나 조직만의 룰이 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그 룰을 지키는 것이 옳다. 룰이라는 것을 만드는 기본적인 이유가 혼돈의 상태를 통제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체계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자유'라는 단어가, '권리'라는 단어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를 적절히 이용하는 사람이 한동훈이다.

 

"저도 질문할 수 있지 않습니까? 왜 의원님만 질문 하십니까?"

 

마치 한동훈이 피해자가 된 것 같은 워딩. 뉴스에는 이러한 워딩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이것은 야구에서 투수가 "나도 배트로 쳐서 공을 줄 수 있지 않습니까?" 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말 그대로 룰을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정된 시간에 정부관계자에게 정책과 현안에 대한 질문을 듣고 정책을 판단하는 것이 대정부질문의 취지인데,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해야 하는 사람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뭐 그런것 가지고 그래?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한정된 시간에 수많은 안건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주어진 시간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한동훈의 질문은 공격자의 공격 시간을 빼앗는 꼼수인 것이다.

페널티킥에서 키커가 공을 차기 전에 골키퍼가 움직이면 파울이 된다. 룰을 파괴하는 것은 명백한 파울이다.

 

 

■ 한동훈 말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이유 :: 상대를 향한 조롱 _ 사실 그 조롱도 세련되지 못하다!

스스로는 되게 시원한 반격을 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본인의 잘못과 책임은 그 어디에도 없다.

사실 한동훈이 말을 잘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이유는 쉽게 알 수 있다.

이 지점은 어떻게 보면 이재명에게 민주당 지지자들이 느꼈던 희열과도,

이낙연이 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로 올라설 수 있던 부분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은 우리 편이 속시원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꺼리를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수사받는 당사자가 마치 '쇼핑'하듯이 자기 입맛대로 수사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나라는 제가 알기로는 적어도 민주 법치국가 중에는 없습니다."

"김어준 씨나 황운하 의원 같은 '직업적인 음모론자'들이 이 국민적 비극을 이용해 정치 장사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국민들께서 진짜로 궁금해하시는 것은 민주당이 말씀하시는 깡패 잡아오는 배후가 아니라 '깡패 배후'일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 설명드린 어디에도 '민주당 대표 이재명'의 범죄혐의는 없습니다. 오직 '성남시장 이재명'의 지역토착비리 범죄혐의만 있을 뿐입니다. 어떤 결정이 2023년 대한민국의 상식과 법에 맞는 것인지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한동훈은 확실히 지금까지 보기 힘든 유형의 정치인이다.

본인의 삶에 대한 일체의 의심이 없는 유형.

본인과 검찰은 절대 선이라고 믿고 있으며, 당연히 자신와 척지는 인물은 절대 악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인물.

그래서 실제론 본인에게 해당하는 말이라도 '조롱의 표현이 가능한 말'은 서슴치 않고 내뱉을 수 있는 인물이 한동훈이다.

 

하지만 화자의 행동과 말을 매치시키지 못한다면 말에는 방향성이 사라지고 표현만 남게 된다.

그리고 이 적나라한 표현은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는 지지자들에게는 '시원함'을 느끼게 해준다.

이러한 표현으로 큰 지지를 받은 인물이 민주당 진영의 '이낙연 전 대표'다.

 

■ 말의 전쟁에서 반격을 하려면 이낙연처럼! :: 상대의 말을 역으로 이용하는 스킬

 

2001년 한나라당 의원들의 철새 행위를 비판하며

"한나라당은 철새 도래지 밤섬으로 당사를 옮기라"

 

'문재인 정권이야말로 국정농단의 최대수혜자입니다.'라는 김성태 의원의 말에

"국정농단의 큰 짐을 떠안은 것을 불행으로 생각합니다. 어덯게 수혜자가 될 수 있겠습니까?"

 

2017년 9월 11일 대정부 질문에서 MBC, KBS에 대해 묻자

"음... 잘 안봅니다. 꽤 오래전부터 좀 더 공정한 채널을 보고 있습니다."

 

2018년 10월 5일 대정부 질문에서 '네이버뉴스' 댓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단지 이 포탈은 좋은 기사에도 화나요가 많은 경우가 많습니다."

 

2018년 10월 대정부질문에서 조선일보의 '통일 시리즈'에 대한 질문에 대해

"저도 좀 어리둥절 합니다. 통일을 그렇게 갈망했던 분들이 왜 그렇게 평화는 한사코 반대하시는가."

 

언론인 출신답게 상대의 공격에 대해 훨씬 세련되게 반격을 가한다.

때로는 상대의 말을 인용해서, 때로는 정말 말그래도 맞는 말을 사용해서, 때로는 절묘한 비유를 통해 통쾌함을 선물해냈다. 진짜 말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람은 아마도 이낙연이었을지도 모른다. 차분하고 중후한 목소리로 말을 하면서 상대의 공격을 적절하게 회피하고 반격하는 기술은 메이웨더의 숄더롤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러한 말의 힘과 문재인 정권의 총리였다는 것을 바탕으로 이낙연은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결국 이낙연을 수렁으로 빠뜨린 것 또한 그의 말이었다.

이낙연은 KBS기자 시절 전두환을 찬양하는 칼럼을 썼다. 80년대에 있던 일이다.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

2021년 1월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박근혜 두 대통령 사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이 한마디로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낙연에게 등을 돌렸고, 과거에 그가 썼던 '전두환 찬양기사'는 이낙연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근거자료가 되었다. 결국 그의 삶이 그의 말과 함께 그를 쏘게 된 것이다.

 

■ 한동훈의 말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더 큰 이유 :: 화술이 아니라 편집술

한동훈의 화술이 돋보이는 영상은 대부분 편집영상이다. (솔직히 피드에 뜨면 나도 본다. 보고 원본영상도 찾아본다.)

한동훈은 톤이 높고 말이 빠른데 딕션이 좋은 편이다. 하는 말이 귀에 쏙쏙 박히게 말한다.

스피치에 있어 매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대중 연설을 할 때는 크고 느리게 하는게 좋다는 의견이 있지만 나는 반대라 생각한다. 느리면 졸리다. 나한테 하는 말도 아니고 우리에게 하는 말을 참고 들어줄 청중은 몇 없다.)

 

거기에 앞서 말했든 맥락을 지우고 문장만 보면 매우 그럴듯한 말을 늘어놓는다. 또 양념처럼 상대를 조롱하는 말까지 더한다. 이걸 전체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을 편집해 보여주는 것이 '화술'을 보여주는 유튜브 영상이다. 이낙연의 어록도 이러한 편집의 힘을 받은 케이스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정부 질의 등의 긴 영상을 보면 한동훈의 스피치 기술이 잘 드러난다. 당황하면 중언부언하기 일수고, 질문을 끝까지 듣지도 못한다. 상대가 차분히 말하면 공격의 밀도가 쎄더라도 본인이 흥분하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본인에게 강하게 말하는 듯한 태도가 보이면 바로 발끈하는 것 또한 한동훈이 자주 보이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유튜브에 영화나 드라마를 편집해서 보여주는 콘텐츠가 많다. 실제로 원작을 안보고 유튜브 콘텐츠로 만족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그들의 취향을 존중한다. 하지만 편집본을 보았다고 해서 그 작품을 본 것 처럼 말해서는 안된다. 모든 편집에는 편집자의 의도가 반영되기 마련이다. 

 

더글로리의 편집은 안길호 PD(이 사람도 학폭 가해자였다는 사실이 사실 이 드라마의 최대 반전이었다. 그래서 더 디테일하게 촬영을 할 수 있었나 싶기도하다.)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다. 유튜브 요약 콘텐츠는 안길호 PD의 의도가 아니라 그 유튜버의 의도를 보게 되는 것이다.  박지성 맨유시절 활약영상만 본 사람들은 박지성이 메시나 호날두보다 훨씬 뛰어난 선수라고 말할 것이다. 박지성 활약 영상에는 메시의 공을 빼앗고 역습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장면이 나올테니 말이다. 편집영상만 본다면 박주영도 월클이다.

 

유튜브의 짧은 영상을 보고 한동훈의 화술이 매우 뛰어나다고 느꼈다면 풀영상도 한 번 보기를 권한다. (물론 풀영상을 보고 화술이 더 뛰어나다고 느낄 수는 있다. 사람들의 평가가 다 나와 같은 것은 아니니 존중한다.) 적어도 편집영상만 보았다면 그것은 한동훈의 화술을 본 것이 아니라 편집자의 편집술을 보았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재명의 말에 힘이 있는 이유?!

기승전-이재명이 되는 것일까?

이재명이 대중정치인으로 얻게 된 첫 별명은 '사이다'였다.

촛불혁명 당시 정치인으로써는 처음으로 '탄핵'이라는 아젠다를 던지며 얻게 된 별명이다.

시원함을 주는 그의 명쾌한 화법은 이낙연이나 한동훈과 궤를 같이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나는 천안함이 국정원 소유라고 확신한다."

"썩어 빠진 공직자들이 나랏돈 훔치고 국민을 지배하는 나라. 언젠가 한 번은 꼭 대청소를 해야합니다."

"우리는 오른쪽이 아니라 옳은 쪽을 가야 한다."

"최순실 감독, 박근혜 주연, 새누리당 조연의 막장 드라마 같아요. 중대한 국가 통치 권한을 근본도 알 수 없는 사람에게 맡긴 셈이죠. 국가 운명을 통째로 최순실에게 맡긴 셈인 거에요."

"국민은 지배대상이 아니에요. 국민을 지배대상으로 보니까 복지를 공짜라 생각하는 겁니다."

"아무리 비싸고 더럽고 자존심 상해도 전쟁보다 평화가 낫습니다."

"도둑을 잡은 건 보복이 아니라 정의일 뿐입니다."

 

난 2014년부터 쭉 이재명 지지자였다. 수 없이 의심했고 의심하면 할 수록 정답은 이재명이었다.

문장만 놓고 보면 엄청난 화술이 숨겨진 것 같지는 않다.

(사실 '국정원 소유라 확신한다.' 라는 말에는 법적 책임을 피해갈 수 있는 법적 꼼수가 숨겨져있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명이 한 이 말들이 힘을 얻는 이유는 명확하다.

 

누구보다 먼저 말을 하며, 누구보다 끝까지 같은 태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형수 욕설이라고 부리는 워딩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사과한다. (물론 나는 상황 상 욕을 안하면 더 나쁜놈이라고 생각한다.)

정책이 포퓰리즘이라고 욕을 먹을 때에도 본인의 철학을 끝까지 견지하며,

중앙정부가 압박을 가할 때에도 본인의 정책을 이행했다.

그리고 메니페스토가 발표하는 공약이행률에서는 늘 1위를 달성하고야 말았다.

 

"지킬 수 있는 수 있는 약속만 하고,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그 말을 늘 지켜왔기에 말에 힘을 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재명의 말은 이재명의 삶이 증거가 되어 폭발적인 힘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이재명을 알면 이재명을 지지하게 된다는 엄청난 말을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다.

 

한동훈이 가진 '말'의 본질 :: 그럴 듯 하게 보이는 것

한동훈의 말이 지속적으로 자가당착에 빠지는 이유는 결국 본인의 철학, 본인의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다.

순간적인 기지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하는 말,

순간적인 빡침으로 상대를 조롱하기 위해서 하는 말이 켜켜이 쌓여 본인을 향한다.

본인을 공격하게 되는 말이 어떻게 잘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동훈 본인이 한 말은 그가 생각하는 '대중'과 '메시지'에 대한 철학을 잘 보여준다.

마치 국민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는 냥.

 

사회가 완벽하고 공정할 순 없어. 그런 사회는 없다고. 중요한 건 국민들이 볼 때 공정한 척이라도 하고 공정해 보이게라도 해야 돼. 그 뜻이 뭐냐? 일단 걸리면 가야 된다는 말이야. 적어도 걸렸을 때, '아니 그럴 수도 있지'하고 성내는 식으로 나오면 안 되거든. 그렇게 되면 이게 정글의 법칙으로 가요. 힘의 크기에 따라서 내가 받을 위험성이 아주 현격하게 (커지는 게) 공식화되면 안 되는 거거든. 일단 걸리면 속으로는 안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미안하다 하거나 잠깐 빠져야 돼. (한동훈 녹취록 중)

 

사실 이러한 태도와 화술이 말을 '잘'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직업이 딱 하나 있긴 하다.

대중 정치인.

말과 정책으로 대중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

한동훈이 진짜 말의 기술이라도 가진 사람이라면, 대중정치인의 마음이 한동훈에게로 옮겨가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대중 정치인의 목적은 '지지율'을 얻는 것이니 말이다.

 

검사로도 정치인으로도 한동훈의 말에는 힘이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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