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 야구를 하며 하는 말이 있다.
야구는 자본주의의 끝이라고!
자본주의 스포츠는 돈을 써서 하는 스포츠라고.
타격이 안된다? 배트를 바꿔야지~
수비가 안된다? 글러브를 바꿔야지~
주루하다 죽었다? 스파이크를 바꿔야지~~
야구를 못하는 이유는 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 버릇 개 못준다고 골프가 안맞자 다른 이유를 찾게 되었다.
"그립이 안좋아~"
실제로 아버지가 쓰시던 클럽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고, 너무 오래된 클럽이라 그립이 삭아있긴 했다.
그런데 스크린골프를 같이 치던 형님이
"야~ 이거 무조건 바꿔야해~ 그립만 바꿔도 5타는 줄겠다" 라고 하니 이보다 좋은 핑계가 있을 수는 없었다.
"맞아. 내가 안맞는건 그립 때문일거야~"
그래서 DIY로 골프 그립 바꾸는 것에 도전을 했다.
DIY로 골프 그립 바꾸기 :: 역시 시작은 장비를 사는 것 부터
사실 나는 어떤 스포츠든 장비에 별 관심이 없다. 그냥 저렴한 라인에서 예쁜걸 산다.
맘에 안들면 다른 저렴하고 예쁜걸 또 사면 되니깐.
쿠팡에서 그립셋트와 그립교체 3종셋트를 구매한다.
골프 그립을 교체할 때 필요한 것은 크게 세가지다.
그립교체용 칼 | 양면테이프 | 솔벤트(또는 신나)
그립교체용 칼은 커터칼로도 가능하지만 교체용 칼을 구매하는 것을 권장한다.
힘줘서 그립을 자르다가 샤프트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문제가 있으며,
그립을 자르는게 아니라 내 신체의 일부를 자를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실제로 생각없이 첫번째 클럽을 교체하다가 그립을 자르는 마지막에 힘을 너무 줘서 칼날이 내 바지와 살갗 일부를 베었다.
그립교체용 커터칼이 아니었으면 크게 다쳤을 수 있었는데, 다행히 내 바지만 살짝 찢어졌다.
날씨가 따뜻하니 그냥 찢어진 청바지로 입을까 한다.
그립을 벗겨내고 양면테이프를 붙이는 것 부터 :: 진짜 쉽다. 어렵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립이 10개 셋트인데 10개를 모두 교체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사실 3개정도만 교체해도 되는데, 그립이 예뻐서 자주 쓰는 클럽은 그냥 교체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테스트를 위해 첫번째 클럽은 전체 공정을 한 번에 진행을 했다.
그런데 그럴 필요 없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그냥 러버를 몽땅 벗겨야 한다.
러버를 벗기는 일이 전체 과정 중 가장 '힘든' 과정이다.
그립 교체용 칼로 쭉 그은 다음 고무를 쭈욱~ 벗겨내면 된다.
이 때 양면테이프가 고무에 붙어 있는 경우는 정말 감사한 순간이다.
대부분 클럽 샤프트에 양면테이프가 붙어있는데 그걸 떼어내는건 조금 귀찮은 작업이 된다.
(그렇다고 또 엄청 힘들지도 않다.)
양면테이프를 떼어냈으면 다시 양면테이프를 붙여야한다.
테이프는 샤프트 양쪽으로 길게 2번 붙여주면 된다.
이게 샤프트의 딱 반씩 나뉘눌 줄 알고 엄청 조심히 붙였는데 여백이 꽤 된다.
그냥 울지만 않게 대충 붙여도 될 듯 하다.
양면테이프를 다 붙이면 이제 거진 다 되었다.
힘든 공정은 끝.
대신 짜증나는 공정이 남는다.
샤프트와 새 그립에 솔벤트를 묻혀라 :: 접착제의 접착력을 일시적으로 없애주는 공정
샤프트에 양면테이프를 붙이고 고무로 되어있는 그립을 끼워넣는다는게 사실 말이 안된다고 생각을 했으나,
솔벤트를 묻히니 생각보다 잘 들어가는 걸 느꼈다.
종이컵을 하나 놓고 샤프트를 살짝 꽂아 놓고 솔벤트를 양면테이프에 충분히 적신다.
솔벤트의 양은 매우 충분하다. 굳이 아슬아슬하게 아낄 필요는 없다.
테이프가 다 젖었으면 새 그립의 안쪽에도 솔벤트를 조금 넣어준다.
그립은 한 쪽은 큰 구멍이, 다른 쪽은 작은 구멍이 나있다.
작은 구멍을 엄지손가락으로 막고 솔벤트를 부어준 다음 다른 손으로 다른 입구를 막고 쉐킷쉐킷~ 흔들어주면 된다.
솔벤트를 묻히는게 목적이니 굳이 여러번 흔들 필요도 없다.
남은 솔벤트는 그냥 종이컵에 부어준다.
그리고 남은 작업은 그립을 샤프트에 끼워 넣는 일.
사실 이 작업이 가장 난이도 있는 작업이었다.
손에 솔벤트가 묻어서 미끌미끌하기에 러버의 구멍 사이로 샤프트를 끼워넣는게 쉽지 않았다.
그래도 입구에만 들어가면 생각보다는 수월하게 그립을 교체할 수 있었다.
물론 어느정도의 힘은 줘야한다. 그래도 좌우로 돌려 넣으면 크게 어렵지는 않다.
끝까지 끼워넣은 후, 클럽 위치를 표시해주는 화살표 부분만 잘 맞춰주면 작업 끝.
이렇게 24시간 정도 충분히 말려주면 된다.
오늘 내가 교체한 클럽은 총 5개
드라이버 | 퍼터 | 7번아이언 | 샌드웨지 | 어프로치
사실 아이언은 9번부터 5번까지 모두 사용하는 편이고 P도 사용하지만,
얘들은 그립이 사실 매우 괜찮다. 7번아이언은 가장 많이 사용하기에 깔맞춤을 위해 굳이 바꿨다.
자 이제 미끌미끌 삭아있는 클럽은 없다!
나의 골프를 방해했던 그립이 없으니 내일부터는 매우 좋은 기록이 기대된다!! 아하하하!!!
자본주의 스포츠의 끝은 역시 골프지~
얼른 자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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