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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해야지/운동합시다

테린이는 테니스 배우는 것이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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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나는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 아니다. 

운동신경이 좋은 친구들은 키가 크고 힘이 좋으며, 기본적으로 달리기가 빠르다.

그러나 나는 그 모든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

 

축구를 많이 하던 시절에는 달리기가 느려서 주로 윙백을 봤는데, 상대팀 윙어들은 오프사이드에 걸리는 일이 없었다.

나보다 3~5m뒤에 있어도 스루패스를 먼저 가서 받을 수 있었기에 굳이 라인선상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상대 미드필더는 마치 지단마냥 위협적인 스루패스를 뿌렸고,

상대 윙어는 음바페마냥 빠르게 달려서 그 공을 잡아냈다.

 

야구를 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학교 시절 야구를 하고 매일 맥주를 한 잔씩 했는데, 내가 매일 듣던 말은

"얘는 던지는 것도 못해~ 받는 것도 못해~ 치는 것도 못해~ 근데 사람은 참 좋아~" 였다.

실제로 야구를 하러 처음 간 날 불규칙바운드에 입술이 터졌고, 그 트라우마로 1년동안 땅볼을 한 개도 잡지 못했다.

3~4년이 지났을 때 후배녀석이 야구를 막 시작할 때 즈음 비슷한 사고가 났는데,

그 친구는 그 다음 플레이에도 공을 무서워하지 않고 잡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나랑은 다른 종자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대부분 비슷하다.

이런식으로 느리게 느리게 접한 스포츠가 탁구, 수영, 볼링, 족구, 권투 등이 있으며, 요즘은 골프와 테니스에 빠져있다. 

그리고 지금은 테니스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4주차에 접어들었다.)

지난 토요일, 여주에 있는 실내 테니스장 방문해 약 7시간동안 테니스를 쳤다. 일요일 내내 아팠다.

그렇다면 내가 스포츠를 못하느냐?

또 그건 아닌 것 같다.

프로 선수라면 잘 해야 할 때 잘 해야한다.

40이 넘어가서 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10대에만 잘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프로는 돈을 벌 수 있을 때 잘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아마추어다. 나에게 더 큰 의미는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잘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나는 스포츠에 재능이 있다.

좋아하는 스포츠를 오래 하는 재능.

 

여주 테니스장 앞. 의미 없다. 예뻐서 찍었는데 사진으로 보니 안예쁘다.

 

스포츠 하나를 배우기 위해서는 머리로 이해하고, 이해한 바를 반복숙달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움직임을 배우는데는 남들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그 움직임을 이해하고나면 정석적인 운영과 변칙 운영을 고민 할 수 있게 된다.

비록 한동안 그 운동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꽤 빠른 시간 내에 동작을 찾아간다.

 

나를 상대하던 상대 윙어는 음바페나 홀란드처럼 빨랐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공을 빼앗는 역할이 아니라 골을 먹히지 않는 것이 목표라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들을 쫓아갈 수 없기에 천천히 뒤따라가며 각도를 좁히는데에 집중했다.

그들의 선택은 나를 뚫거나 크로스를 올리는 것. 내가 할 것은 그들이 편하게 크로스를 올리지 못하게 그 각도만 좁히는 것이었다. 만약 그들이 개인기로 나를 제치려 한다 해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우리팀에는 김민재 같은 센터백이 있었으니까. 나를 제치기 위해 공을 길게 쳐내면 센터백이 와서 그 공을 걷어내 주었다. 나의 역할은 그것으로 수행 완료.

내 기억이 맞다면 내 쪽 윙어로 시작되는 골을 먹은 기억은 거의 없다. 

오래 걸리더라도 내 포지션에서 함께 즐길정도의 경지까지는 올라간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내 구속은 90km/h도 안된다.

그래도 현재 팀에서 투수도 한다.

에이스 투수 이런거 아니다. 말 그대로 투수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인야구에서 구속이 느린 선수가 투수를 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야구를 처음 시작하고 10년 가까이는 70km/h도 나오지 않았으니 얼마나 열심히 한 것인지는 말 안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팀원들이 가장 잘 알아주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나도 투수를 포기한 적이 없고 계속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초보는 가벼운 라켓 사는게 좋다고 해서 280g짜리 너무 가벼운 라켓을 샀다. 납스티커를 붙이니 확실히 타구가 빨라졌다. 물론 잘 배운 스윙 덕이 훨씬 크다.

지금은 테니스를 배운다.

테니스는 처음으로 동작 하나를 배우면 그 동작을 할 수 있는 스포츠였다.

내 테니스 경력이 3개월 정도 되었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는다.

탁구를 오래 쳤던 경험이 네트 스포츠에 대한 이해를 도왔기 때문인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탁구와 큰 차이가 나는 동작을 새로 배우면 그저 헤메게 된다.

원핸드 백을 배우며 코치님에게 엄청 혼이 났다. (안되는데 어쩌라는건지...)

코치님도 포핸드를 줄곧 잘 치니 내가 운동신경이 좋고 잘 배워온줄 아시는 듯 했다. 처음 배우는 것들인데...

웨스턴그립 이스턴 그립이 뭔지도 모르는데;;

 

맞다. 오늘 레슨받으면서 혼난 것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는 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니스를 배우는 과정은 지금까지 배운 스포츠의 과정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레슨을 받고 동네로 와서 야간 테니스를 쳤다. 왜이렇게 금방 늘었냐는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체력이 좋아져 잘 뛰어다닐 수 있게 되었다.

탁구를 많이 치면서 네트 스포츠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어 게임 운영에 도움이 된다.

타구의 질을 판단하는 눈도 학습이 되어있다.

야구를 많이 했기에 날아오는 공을 맞는 순간까지 보는 훈련이 되어 있으며,

테니스의 서브는 투수연습을 하는 동작과 매커니즘이 같아 비교적 빠르게 배우고 있다.

 

여기에 나의 잘할때까지 한다는 장점을 더하면 그래도 조금은 빠르고 조금은 더 잘 할 수 있는 스포츠 하나가 추가될 수 있을 것 같다.

테린이에게 테니스는 너무 배우기 힘들면서도 너무 재미있는 스포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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